봄이오는소리

작성일: 2005-02-28

봄은
마을 앞 실개천을 따라
버들강아지 줄기를 타고 물이 오르며
산들 산들 불어오는 봄 바람으로 하여금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하는가보다.

새롯 새롯 돋아나는
이름 모를 풀꽃위로
영글어 가는 이슬방울에
풀잎은 생기를 더 한다.

실개천 물 아래 박힌 조약돌을
힘주어 들어 올리는 순간
숨죽여 숨어있던 가재가
황급히 뛰쳐 나온다.

꼴망태기 등에 업은
개구쟁이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어김없이 하나 둘
마을 앞 실개천으로 모여 든다.

버들강아지 꺾어 버들피리 불어대는
개구쟁이들의 합창에도
아랑곳 않고
실개천 투명한 냇물엔
봄을 줄기는
물고기들의 여유가
한가롭기까지 하다.

아지랭이 가물 가물거리는 오후
겨우내 외양간 밖 출입이 통제됐던
누렁이 황소가
기지개를 켜며
긴 하품을 한다.

이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