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1943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영남대 국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대구시인협회회장, 한민족어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1993년 시집「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로 김수영문학상, 1998년 시집 「유리의 나날」로 시와시학상, 2000년 시집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로 최계략문학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대구광역시 문화상(문학부문)을 받았다.
첫 시집 「낱말추적」외에 「청산행」「전쟁과 평화」 「열하를 향하여」「내 사랑은 해지는 영토에」등 11권의 시집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손수권에 싼 편지」저서로 「시학」「작가연구의 실천」등이 있다. 1995년 뉴욕 주립대 방문 교수를 지냈고 현재 영남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기철시집 ‘가장 따뜻한 책’을 낸 시인의 변을 들어보면, 사람을 위한 시, 삶을 위한 시, 사람 사랑하는 일이 쉽지 않다. 사람 사랑하는 일도 연습을 해야 한다.
슬프게도 이제는 이런 사실을 시인해야 하리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람이 싫어진다는 것보다 비극적인 일이 어디 있는가.
아무려면 사람보다 나무가, 사람보다 풀잎이 더 아름다울 수가 있겠는가.
그러기에 사람의 아름다움을 사람의 귀중함을 노래처럼 뇌면서 사람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독자여, 사람 사랑하는 일이 어려운가?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느티나무에 분홍 스카프를 걸어놓고 사람을 기다려보라.
때 지난 석유 호롱불 창가에 켜놓고 사람에게 편지를 써보라. 특별한 전언이 없다면 옛날 읽던 시집을 꺼내놓고 좋아하던 시 한 구절, 아니면 낡은 산문집 한귀퉁이에 숨어 있는 명구 몇 줄을 마음 가는 대로 베껴 써보라. 글에 쓰였으되.
`오늘 밤 서쪽 하늘에 돋는 별은 내 그대 손가락에 끼워주고 싶은 은반지라고 혹은 내일 들판의 꽃들이 흔드는 갖가지 색깔은 내 그대에게 전해 주고 싶은 노랗고 빨간 마음이라고, 그리하여 그대, 사람의 가슴속에 작은 움막을 짓고 얼음을 녹이는 따뜻한 마음의 등불을 올릴 수 있다면 아, 달맞이꽃과 맨드라미와 굴뚝새의 말을 사람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다면 저 저녁어둠을 우는 비둘기들의 모음을 인간의 언어로 베낄 수 있다면 그것은 내 그대에게 띄우는 지상의 가장 유순하고 따스한 말'이라고, 그리하여 시를 읽고 산문을 읽고 한 줄의 편지를 쓰는 일은 마침내 사람으로부터 멀어져간 마음의 실 꾸러미를 내게로 팽팽히 당겨오는 일이니 사람 사랑하는 마음 아니면 나는 시를 쓰지 않으리라 사람의 귀함을 노래하지 않는다면 나는 시라는 형식을 빌어 언어로 노래하지 않으리라.
天地之間 萬物之中에 唯人이 最貴하니…….
길
질경이도 피고 배암풀도 돋고 노루귀꽃도 피고 애기똥풀도 돋고
돌멩이도 구르고 나비도 날고 여치도 숨고 라일락도 피고
능금나무도 크고 모래도 구르고 구름 그림자도 내리고 앉은뱅이꽃도 피고
강아리 발자국도 찍히고 쇠똥도 마르고 멧새 울음도 들리고 도랑물도 흐르고
햇볕도 내리고 낮달도 뜨고 호박벌도 날고 비단벌레도 숨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