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4

작성일: 2022-03-24

백인숙


하늘이 희끄무레하고 을씨년스러워 진다
가게 앞을 지나다니는 건 형체 없이 스치는 바람뿐

부녀회장은 오늘따라 바쁘다.
회원들에게 미역이며 김 다시마를 팔아야 하는데
문자를 던져 봤지만 반응이 없자
나들가게로 달려왔다.
아요, 사장!
‘가게에 오는 사람들 미역이랑 다시마 좀 사라카지?’
‘행님, 내가 오늘 올매나 바뿐지 아는기요?’
뭐가 바뿐지 원?
못마땅한 부녀회장 삑 토라진다.
‘아, 동상이 안 도와주면 누가 도와준다꼬?’
‘저야 도와드리고 싶지만, 가게에 손님 오면 우에꺼 사라 카면 좋겠냐구요?’
‘그러니께 살살 꿉어 삶아야지’
‘알았어요, 회장님이 애를 쓰시는데 도와 드리야지’

한참을 지나자 순동이는 산책을 갔다가
살금살금 가게로 들어온다
‘어이, 과수댁 누님 잘 잤는가?’
‘그럼 못 잤을까 별걸 다 물어쌌네. 오늘은 해가 일찍 뜨든가? 벌써 나온 걸 보이’
‘그럼 온제는 내가 늦게 일어났나?’
‘아이고, 게을러빠진 남정네 하고는… 그나저나 순동아 미역이랑 다시마 좀 사시구려’
‘내가 그걸 엊다쓰게?’
‘엊다쓰긴? 쓸데 없으마 나를 주던가..’
‘과수댁을? 아~ 낳았는감?’
‘내사 아~ 낳은 지 오래됐지’

*우에꺼 : 이외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