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6

작성일: 2022-04-07

백인숙


일 년 이십사절기 중 세 번째 경칩(驚蟄)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기지개를 켠다
사람들은 고로쇠 물에 나물집을 찾아
삼삼오오 몰려 다닌다

저녁나절 가게로 걸음을 옮겼는데 전등은 꺼져있다.
웬일일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순동은 하루 내 딴 전을 피우다가 어둑발이 들자
출입문을 열었지만 요지부동이다.
‘에이, 일부러 인자 왔구먼 오데로 갔담?’
고로쇠 물을 한 통 들고 투덜거리며
행여나 과수댁이 올까 이리저리 서성댄다
‘어이, 순동이 거게 뭐 하는감?’
이웃집 형님은 흘낏 순동을 보고는 뒷짐을 지고 ‘에헴’ 하면서 지나친다
‘아이고 이 여편네 참, 쯔쯧’
순동은 그만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 한다
그러다가 그 물을 문 앞에 놓아두고 가 버린다.
다정히 앉아 물도 마시고
은행도 같이 구워 먹으면서 알콩달콩 사랑을 확인 하려고 했더니만
오늘은 다 글렀네

순동은 컴컴한 방 안에서 멍하니 잠이 오질 않아
천정만 바라보고 누워 이 생각 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