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7
작성일: 2022-04-21
백인숙
까만 고목의 둥치에는 연초록의 움이 튼다
순동의 마음에도 연초록의 연정이 싹튼다
외로운 사람은 밤을 기다린다고
까만 밤이면 시커멓게 탄 가슴도 보이질 않으니까
순동은 밤새도록 제일 무거운 눈꺼풀 한 번 닫아보질 못했다.
날이 밝기 바쁘게 뛰쳐나와
우쭐우쭐 호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가게 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다.
막걸리가 있나? 한 병 주소…
아침부터 웬 막걸리?
지난 밤 잠을 설쳤더니 술이 땡기네
잠을 왜 설쳤을꼬?
마음에 품은 연정이 가슴을 짓누르는 바람에 하도 아파…
에고… 이를 어째. 그래 잠 설치게 하는 그이가 누굴꼬?
아이고 알거 없소. 알면 뭐 뾰족한 수가 있남?
그럴 수도 있지 뭐
개결한 과수댁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걸 아는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아
누군데, 그럼 찔러 보던가?
순동은 막걸리 한 병을 단숨에 들이킨다.
어~~ 속 시원하다 으흠. ‘나’가 어떻게 보이요?
뭘 어떻게 보여? 주변머리 없게스리. 그럼 그 과수댁이 나?
여게 과수댁이 또 있남?
복장 터져… 어여 나가. 소금 뿌리기 전에… 초장부터 원
순동은 혼비백산 문지방을 넘어 줄행랑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