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18
작성일: 2022-10-27
백서희
어이고 누님, 잘 잤능기요?
순동이가 식전 댓바람에 어인일이고?
와 식전에 오마 안 돼요? 오늘따라 누님이 눈에 밟히서 왔구마
밤새 머선 일 있었던 거는 아이제?
무신 일?
밤새 안녕이란 말 들어봤제? 실감나더라 요새. 젊은 사람들이 잘 있다가 갑자기 쓰러지지를 않나, 또 스스로 목숨을 저버리지 않나 참 걱정 시럽다. 노인네들만 자꾸 불어나이 나 같은 인간도 나라걱정 해야 될 판이니 누군들 안 하겠노?
누님, 아침부터 복잡하기 나라걱정 하지 말고 올은 나하고 나들이 가입시다
뭐라꼬? 오데를 가. 가게 봐야지.
가게는 전에 그 서울아가씨 안 있능기요. 이장님 먼 친척 된다카는…
그 아가씨는 서울에서 조사가 나오디만 하룻밤새에 어데로 토낐다 아이가
그래요? 난 잘 있는 줄 알았네.
뽕인지 뭔지 경찰이 오고 캐 쌌디만도 잽혀갔능가 모르것다.
이장님께 여짜 보면 알겠네
안 그래도 내가 물어봤디만 이장님도 어째된 판인지 똑똑히 모르겠다 카더라. 자기도 오랜만에 불쑥 온 친척이라 잘은 모르는 갑더라. 잘 있것지 뭐.
장마철이라 그런지 비도 꼽꼽시리 오고 님 생각도 나고 시룽새룽 하네. 이런 날은 꼽꼽주 마시야 되는데.
니가 님이 오데있노? 누가 들으마 낼모레 장가든다 카겠네
문 잠가놓고 뜹시다. 살째기 쥐도새도 모르게
아이고 대략난감이네. 하루 문 닫으마 매상이 얼만데? 그라고 문 닫고 없으마 사람들이 의심한다. 바람났다꼬 입방아들도 찧을끼고
하라 캐. 원래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접은 대로 듣고, 말 하고접은 대로 내뱉고, 쓰고접은대로 기리 재낀다 아이가?
인간은 그렇다. 사실은 재껴놓고 아이면 말고 식이라 당사자 하고는 상관없다. 그래놓고 따지마 뒷담화나 하고, 상처 입는 사람만 손해다.
그러던 말던 우린 우리식대로 살면 되잖아. 뒷담화가 뭐 그리 중요한기요?
그래도 사람이 그런가 감정의 동물인데.
그러게 그놈의 감정이 뭔지 원~? 나도 그놈의 감정 땜새 누님한테 이카고 있는 거 아잉기요. 사랑에 목마른 감정
해것는 짓 좀 보소. 스무고개나 하고 가게보고 놀자. 일당 쳐 주께
난 있는것도 다 못 쓰는 판에 일당은 무슨, 필요 없어요. 내가 누님 일당 줄테닝께 하루만 떠 봅시다.
고집은? 그라마 우리 문에다가 친척 결혼식 있어서 ‘금일휴업’이라꼬 써 붙이 놓고 떠나 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