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51 ~나는 나로 살자~
작성일: 2024-09-26
백인숙
분아, 너거 설 잘 슀제? 낼 모레 정월 대보름이다. 참 세월 빠르네. 엊그제끼 춥다꼬 난리더만 벌써 봄이다 봄, 찐노랑 복수초 고개 디밀었더구만, 복수초 봤으니 복 받겠다 올해도
그러게 말이여 철순아 복수초도 올라오고 인자 튤립도 이파리 올라 왔더라만, 봄이 오는 길이 험난하다. 맴은 봄이 아니여
그래도 오짜것노 마? 니 맘도 봄이 와야 내 맘에도 봄이 오지. 우리 만나만 서로 봄이라야 통할 것 아이가? 하나는 시베리아 벌판이고 하나는 살~살 녹는 봄이만 한 쪽이 다 녹아 내리뿌서 삔또가 안 맞다 아이가?
내사 마, 봄도 좋고 여름도 좋고 오마 오는 대로 가마 가는 대로 바람불마 부는 대로 비 오마 오는 대로 안 좋은 기 있더나
너는 좋은 것도 많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글나?
흐흐흐 그렇다. 도랑 치고 가재잡고, 꽁 묵고 알 묵고, 마당 씰고 돈 줍고… 크크
그래 좋은 기 좋다꼬 생각하고 빙신 겉이 살았는데 어젯밤에는 잠도 안 오고 지난날을 곰곰 생각해 보이 탁 걸리적거리는 기 있더라
그기 뭐꼬?
말 하자마 또 천불난다. 접때 내가 메고 댕기던 샤넬 빽 있제?
그래 너거 서방이 사 줬다 안 캤나? 기특도 하지…
말마라. 그거 들고 동네방네 자랑질 했디만, 희야 가가 짜가라꼬 안 카나? 그 화상이 가짜를 들고 나한테 사기 칬다 아이가? 짜가인지도 구분 몬 하는 무식한 내가 그르지 누굴 탓해
그거 땜새 카나?
그것만 가지고는 내가 안 카지. 울 냄편이 마누라 생각해서 짜가라도 사 주고 싶었능 갑다 생각할 낀데 그 화상이 지 밑구멍도 몬 닦는 기 애인 맹글어서 그 애인은 진짜배기 샤넬 빽을 사주 가지고 사진 찍고 찌랄 하다가 그 사진 카스에 올리 놓은 거 있제? 그래갖고 덜미 잽힜었다 아이가
옴마야! 말도 아이다. 너거 냄편 그래 안 봤디만. 그래가 오째됐노?
대판 싸왔다. 가방 사 준거 봉께 그기 진짜배기네, 이혼하자 캉께 지는 몬 한다 카데. 저니리 인간 잘 때 비개로 눌리 직이까 싶다가도 감빵 가는 기 무서바 가~ 내 가슴만 칬다. 째지 봐야 빌 남자 있겠나 싶어서 꾹 눌러 참고 살았는데 어제 잘라꼬 눈~께로 문득 생각이 나서 잠 한 숨도 몬 잤다
하이고 그랬나? 인자 참지 마라. 너도 참을 만치 참았다 아이가
그런 일 당하고도 한 지붕 아래서 살자니 참 답답고 비굴했지, 자존감에 치명상을 입고보이 야무지게 닦달 몬 한 기 한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봐라봐라, 같이 대들고 그칸다꼬 잘 하는 거 아이다. 똑 같은 사람 되지.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망각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구세주 나셨구만, 불난 집에 휘발유 뿌리나? 온제부텀 그러키 거룩한 사람 됐노? 나도 한 수 배우자 쫌
방심한 내 탓이요 카민서 니 가슴을 자꾸 훑어 내리라. 그라마 거룩해진다 알것나? 그라고 지끔부터는 참지 말고 조곤조곤 따지 나가라. 설득도 하고 쫌. 눈치도 이때껏 보고 살았으마 됐다. 열 내고 폭발 해 봐야 하는 사람만 손해다. 요새 사람들 순간을 몬 참아 가 폭발 안 하더나? 모두 분노조절 장애에 절어있다. 아파트에도 층간소음 땜새 살인까지 나고, 경적 울리고 끼어 들었다꼬 보복운전을 안 하나, 멀쩡히 길 가던 사람 찌르지를 않나 사람 겉이 무신 기 엄따
야! 분해 죽겠고만, 너는 주저리 본론에 안 맞는 새실이 길다 참~
분아 그런말도 안 있디? 한 분 행동하기 전에 세 분을 생각하고 한다꼬, 유식한 말로다 삼사일언(三思一言) 아이가 그런 말도 있더라만…
그카다가 복장 터져 지 밍대로 몬 산다
너도 인자 날 존중하지 않는 자한테 친절할라꼬 애쓰지 마라. 냅둬라. 애써 싸마 더 찌랄한다. 알것나? 잘 보일라꼬 비굴해 지지도 말고, 담아 두지도 말고
오냐 그렇제? 한 바꾸 돌아 환갑인데 우리가 살마 얼매나 산다꼬?
그래그래, 분아 나는 나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