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53 ~쥐고 있는 행운은 모른다~
작성일: 2024-10-08
와! 시야 공기 좋고 전망도 쥑이네. 골짜기라 촌사람들은 안 올라 칼낀데 잘 따듬어서 그런지 너무 좋다.
그렇지? 우리도 자리 잡느라 연고도 없는 곳에 와서 고생 많이 했어. 이렇게 보기가 좋을 땐 어땠겠어? 고생한 흔적이 좀 보이지?
도시에만 살다가 여 와서 지내 봉께 살만 하더나?
어휴 그냥, 여유 좀 가지고 자연과 벗 하며 살고파서 먼 곳 까지 왔는데 처음엔 낯설고 물설고 외롭기도 하고 그랬지. 말투나 억양부터 다르잖어? 경상도 사투리 못 알아들어 번역이 필요할 만큼…
인자는 그라마 질나이 됐나?
질나이가 뭐임?
흐흐흐, 인자 거창 사람 됐나 이 말이다.
호호호, 그 말이가? 우리가 여기서 살아 온지도 몇 해가 되고 번역기 필요 없다, 나도 거창사람 다 됐어 걱정들 말어. 내가 터 잡고 있으니 언니도 뒤쪽에 집을 지어서 오고 또 귀촌한 이웃도 있고 오순도순 재미있어 가족같이…
맞다 시야, 타향도 정이 들마 고향이라꼬 유행가도 안 있더나?
그래, 인간은 환경에 적응을 참 잘 해. 인간 뿐 아이라 생명 있는 거는 살아가야 하니 적응을 할 수 밖에. 외국에서 온 씨앗들이나 채소들 봐, 이역만리에서도 얼마나 튼튼히 뿌리박고 사는지?
맞다 시야, 그것도 종족번식인지 질병부터 시작해서 모든 기 그렇더라.
동생아, 난 특히 식물들이 너무 신기하더라. 이곳에 여름 되면 미국 자리공이라고 자주색 열매가 열고 키가 제법 크게 자라는 풀, 걔들이 아주 많아. 그것도 외래종이거든,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야. 그런데 걔들은 토종 풀처럼 자리 잡고 아주 튼튼하게 잘 자라거든. 걔들이 처음엔 생태교란 식물이라고 천대 받다가 어떤 연구가 있었는지 질산칼륨이 풍부해서 땅을 기름지게 한다나 어쩐다나 그러더라
음~ 정작 토질을 오염시키는 생명체는 인간들일 낀데 그자?
그러게 말이야, 개망초도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래. 들꽃들이 촌스러우면서도 예쁘고 순수해 보이는지 여기 오기 전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촌에 살다보니 들꽃에 관심이 많아지고 자연히 찾아보게 되더라구
그러키나, 시야 촌 아지매 다 됐구만, 인자 몬 떠나겠네 행복 하것수
그래 재밌어. 한국이 원산지인 꽃도 흔하게 많지. 고마리, 여뀌 이런 꽃들은 아주 흔해. 여름이 되면 물기가 있는 곳에 좌악 퍼져있어. 잔잔하고 나지막하면서 소란스럽지 않다
아이고 시야, 그런 꽃도 아요? 고마이 말이제? 우리는 꼬맹이 때부터 질리게 봐서 그런지 아무 감흥이 없는데 말이지
그래 그런 꽃들이 우리한테 얼마나 유익한 식물인지 넌 모르지?
오째 유익하다 카디요?
봐라, 작년에 있지? 고마리 씨앗을 받아 말려 놓았다가 볶아서 몇 달 정도 우려 먹었더니 글쎄 침침하니 겹쳐 보이던 글자가 외줄로 보이잖아? 얼마나 좋아 졌는지 촌으로 이사온 게 축복이더라
엥, 그러키나 효과가 있어요?
그 뿐이겠냐? 신기해서 내가 자료를 안 찾아봤겠니? 이질 통증 간 전립선 폐결핵 이런데 다 좋고, 화상이나 습진에는 생잎을 찧어서 바르면 효과가 있대. 야! 특히 피부노화도 예방해 준대더라
정말 시야 그러키나? 갱년기 노화에 좋으만 끝났네…
흐흐흐, 끝난 게 그 뿐 아니지. 수질 정화에도 한 몫, 여뀌라는 풀도 있지? 고마리랑 이웃같이 붙어 있어
그거는 와요?
치질이나 자궁에 출혈이 있을 때 효과가 있고, 혈압도 내려 준단다
아이고 시야, 와그리 유식하요? 이쯤 되마 의사나 약사들이 머리띠 졸라매고 난리 부르스겠네. 우리 어릴 적에 바지 동동 걷고 또랑물에 들어가 방구 들쑤시 가미 여뀌 잎 소쿠리에 여 갖고 물기기 잡을 때 썼다 아이가?
그러게, 옛말에 업은 아이 삼년 찾는다는 말이 있지? 그래 우리가 얼마나 좋은 것들을 가까이 두고도 모르고 사는지 원
시야, 인자 등잔 밑이 어둔 기 아이라 LED 전등 밑이 밝다꼬 해야것다 그자
하하하 동생, 나랑 놀더니 너도 많이 유식해졌다. 이웃사촌 좋다는 말이 그저 있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