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57

작성일: 2024-12-12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백인숙

밥 다 묵었나?
다 뭇다. 가자
어무이랑 설이는 어데 갔노? 안 보이네
화장실 간다꼬 나갔다 빨랑 가자
그라마 내가 먼첨 가 있을낑께 뒤로 살째기 빠져서 차로 와여, 시동 걸고 기다리께
그라마 우리 올 공밥 묵고 삼십육계 줄행랑이가?
줄행랑은 무신, 대접받고 가는 기지
그런데 여보야, 나는 간이 벌렁 거리서 몬 하것다
그래가지고 무신 놈의 도모를 할끼고, 마 시키는 대로 해라
알았다 들키지 말거래이. 들킸다 카마 우리는 올 파리 목숨이다
죄 짓고 오째살꼬 모두? 아이고 간 다 오그라든다. 어무이 하고 설이는 와 이리 안 나타나노? 빨리 튀야 되는데…

아이고 야들이 변소 갔다 온 새에 나가고 엄네. 설이야 계산대로 가보자
사장님, 여게 우리 아들이랑 미느리 안 왔던기요?
아직 안 오셨는데요?
먼지 나갔는데 오데 갔으꼬 돈도 안 내고?
모친요, 그라마 식대 내고 가이소
얼만 기요?
황태찜 대(大)자 한 개, 전이랑 밥이랑 합치서 칠만 원 이라예
보자 돈이 있나… 사장님 돈이 오만원 빼끼 엄는데 쫌 깎아주마 안 돼요?
할머니, 오늘 서비스도 많이 드려서 더 깎지는 몬 해요. 아드님 찾아 보이소
설아, 아빠 오데 있는고 차에 함 가 봐라

아빠, 할무이가 계산대에 있다 빨리 오라케
아이고, 어무이 여게서 뭐 하는 기요?
밥값 냈는 줄 알고 있다가 물으이께 안 냈다 카길래 너 기다리고 안 있나 빨리 내라
보소 손님, 모친이 눈 빠지게 기다리는 줄 몰랐소?
화장실 갔다 오는 기요 사장님은 와카요?
뻑 카마 된장 아잉기요. 화장실서 그리 오래 있고로 똥 줏어 묵었소? 걸음걸이만 봐도 눈치백단이요. 하도 먹튀를 하잉께 형사콜롬보 뺨 치요 나도 인자는…
내가 오데로 내뺀다꼬 그카요?
아요 밥값도 안 내고 이십분이나 차에 앉아 있다가 너거 어무이 안 가니 인자 오네
밥값 주로 안 왔능기요, 손님한테 그라는 법이 오데있소? 와~ 환장 하것다. 무고죄로 처 넣어 뿌리까?
양심대로 하소
에이 씨~ 올은 어무이랑 아들 봐서 참는다만 퉤퉤
보소 손님, 질나이 카다가 112에 신고 해 뿌리만 빼도 박도 몬 하요. 고마 호주머이 좀 터는 기 낫지 그카다가 큰코다치고 우사칠갑 하요. 할라마 쥐도 새도 모르기 해야지 어중잽이로 꼼수 부리다 돈 잃고 사람 잃고 우사하고 그렇소. 입으로 들어 갔으마 낼 거는 내야지 집어넣기만 하믄 되겠소. 너거 어무이랑 자슥은 여게 놔 두고?
이 양반아 고마 쫌 해, 좋기 말 할 때…
너거 어무이가 자기 놔두고 도망 갔는가 싶어 안절부절이다. 에이그 부모 애간장 에지간~이 태와라. 낼모레 노을 지겠구만, 쯔쯔. 바르게 살자꼬 그러침 외치도 오떤 기 바른 긴지 모른다
에이 재수 옴 붙었다 갑시다. 설아 어서 와. 어무이는 내가 버맀을까봐 안절부절이요?
그기 아이라 카이, 니가 아까 도망 간다꼬 그카길래 맘 졸있다
노친네, 똑똑하기는? 누가 듣소, 내가 도망을 와 가요 죄 짔소 도망가게?
남의 식당에 와서 맛있기 묵었으마 그 값을 치루고 가야지 사기꾼도 아이고? 그런 짓 하지마라.
누가 그런 짓 한다꼬 그카요?
그 사람들 하루 죙일 서서 뜨겁은 불기운 뒤집어 쓰고 가스 들이마시 가민서, 손님들 응석 받아 주 가미 한 그릇 팔라꼬 용쓰는데 그카마 벌 받는다. 다른데 애끼 써야지 그라마 몬 써
고마하소 쫌 아~도 있는데
할무이 아빠가 밥값 떼 묵고 도망갈라 캤나?
어어~ 아이다. 그럴 리가 있나 그양 해 본 소리다
그런데 설아 올 맛있제?
응 할무이, 담에 또 오자. 겁나 맛있더라.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그래 내 새끼, 이 할미가 또 사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