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어머니를 찾자.
작성일: 2025-02-26
객원논설주간 갈마(葛麻) 박종섭(계명대학교 특임교수)
봄·여름을 통하여 가끔 먼 곳의 친우들이나 지인들이 나를 찾는다. 이곳의 명승지인 수승대나 월성계곡의 안내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들과 같이 그곳을 갈 때마다 불편한 심기를 안고 돌아온다.
많은 군상들이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까지는 보기 좋은데 그 노래가 소위 뽕짝, 즉 트롯이라는 것이다. 젊은이는 물론이고 나이 많은 할머니들까지 엉덩이를 흔들면서 여러 트롯노래를 열창하는 모양을 볼 때 「시집살이노래」와 「삼삼기노래」를 부르던 우리의 옛 여인들을 생각하며 개운찮은 마음으로 돌아온다.
TV나 라디오를 보아도 그렇고, 방송국에서 주관하는 민요경창대회를 보아도 그렇다. 혹시 우리 가락, 우리 노래라고 하여 소개되는 것도 전문인들이나 부를 수 있는 판소리 창이거나 긴소리 창이고, 과거 우리 민중들 누구나가 즐겨 부를 수 있었던 모심기소리, 김매기소리는 물론이고 노랫가락, 청춘가, 창부타령도 듣기 힘들다.
우리의 생활에서 민요는 사라지고 전자기계에 의하여 작곡된 트롯이나 팝이 판을 치고 있다.
민요가 우리 주변에서 멀어져 간다는 것, 그것은 바로 우리 조상을 잊어버려 간다는 것이고 우리의 혼을 잃어버려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것이 없어지고 남의 문화가 판을 칠 때 우리는 정신적, 문화적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주체성을 확립하자는 운동은 민요를 찾아 되살리고 발전시키는 것이 그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민요를 불러보라. 그 속에는 정과 한, 사랑과 이별, 원망과 한탄, 풍자와 골계가 골고루 나타나고 있어 현대인의 감정을 반영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가락이 문제라면 현실에 맞게 편곡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요를 찾자는 것은 바로 우리의 고향을 찾자는 것이고 우리의 어머니를 찾자는 것이다. 내년에는 우리 모두가 고향의 어머니를 꼭 찾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