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62 ~비빔밥이 좋더라~ 작가 백인숙

작성일: 2025-03-12

용구야~ 잘 지내고 있제? 시절이 하 수상 하니 맘이 내 맘이 아니여
행님 오싰능기요? 무신 일 엄찌예? 와 그라십니까? 사과 꽃 따고 인자 양파 캐는 철이라 또 바뿌네예
너도 혼자 카지 말고 마느래도 시골로 내리 오라 캐라
아이고 마 말도 마소, 전번 참에 전화로 오라 가라 카다가 뜻이 안 맞아 가 대따 싸움만 안 했소. 이핀네가 촌에 오는 걸 무슨 불구덩에 휘발유 지고 들어가는 것 보담 더 무서바 하이 오째 당하지도 몬하요
맨날 혼자서 농사 짓는다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카이 답답해서 안 카나? 집사람은 서울에서 머하노 아~들도 다 저거 앞가림 할 낀데
남편은 뒷전이고 아지랑 산책가는 기 일상이라요
아지가 머꼬?
지 노리개 강아지 안 있나, 성은 강이고, 이름은 아지요. 물고 빨고 지랄 하다가 눈꺼풀에 끍히서 팅글팅글 부었디요. 그래도 좋다꼬 그것만 바라보고 있으이 개 새낀지 사람 새낀지 분간이 안 가요
흐흐, 내가 첨부터 시절이 하 수상 하다꼬 안 카더나? 그래도 너거는 서울에 집이 있으이 다행 이다만, 접대끼 길상이 저거 어무이 알제, 서울로 아들 따라 안 갔나 아~ 봐 준다꼬…
맞아요, 그 길상이네 아지매 서울 갔지요. 참 오랜 세월이 흘러뿠네. 그런데 와요?
그 어무이는 서울 가서 살다가 촌에 집 홀라당 팔아서 아들 집 산다꼬 보태주고, 아파트에 같이 살다가 미느리가 하도 빌나 가지고 셋방을 얻어서 살림을 따로 났다네
그래 가꼬요?
그라다가 꼬불치 논 돈이 쪼끔 있어 가~ 허름한 동네 집을 사서 살다가 인자 재건축인가 한다꼬 비끼라 칸다네. 대규모로 짓는 게비여. 촌에 와서 살믄 좋을 낀데
그러네요, 이웃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외로울 낀데 어짜노?
한 분은 전화 왔더라. 부동산에서 딱지를 팔아라꼬 칸다케
딱지가 먼기요?
그기 아파트 분양권이란다. 노인들한테 헐값에 사서 저거가 얼매나 비싸기 팔아 묵겠노? 노인들은 그것도 모르고 부동산에서 카마 팔아야 되는 갑다 생각 안 하것나? 그래 가~ 그거 벌대로 팔지 마라 안 캤나
글케요, 잘몬 하마 노친네 사기꾼한테 홀라당 해삐리만 안 되는데…
그렁께 말이다. 아파트가 살기 핀하다 싸~도 내사 마 마당 있는 주택이 좋더라
아이고 사람이 꽃도 심구고, 풀도 매고, 새소리도 듣고 그래 더불어 사는 기지 오째 말끔히만 하고 사는 기요 안 그렇소?
내사 마, 서울 가마 성냥곽 겉은 것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갑갑해서 못 살것더구만
울 마느래는 성냥개빈가 그 속이 좋다꼬 저리 촌에 오는 걸 싫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