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63 ~ 웰다잉 ~ 백인숙

작성일: 2025-03-26

영숙아, 벌써 일 년 중에 반이 후딱 지나 가삐맀네 오짜마 좋노?
언냐, 오짜마 좋기는? 무사히 지나 갔으마 그걸로 족한 거 아이가?
에고, 늙기도 설워라 커든 짐을조차 지실까?
언냐 그기 무신말고? 알아 듣고로 말 쫌 해 봐라
그제께 뉴스 봉께 할배가 경운기에 짐을 한 가득 실고 가다가 트럭에 받치 가~ 119가 그러키 빨리 왔는데도 오데 급소를 쳤는지 그 길이 황천길이 됐단다
경운기 운전할 정도만 그렇게 연세가 많지는 않겠고만 어쩌다…
동생아, 내가 말이라 인자 늙었는게비라. 잘 살다가 자는 잠에 가야 될낀데
언니야, 웰 다잉이라꼬 마이 떠들라 쌌더라, 편안한 죽음, 받아들임 이런 것들인가?
그케 말이여, 잘 살믄 됐지 죽는데도 잘 잘못이 있는기여? 무신 정신으로다가?
그러게, 정신이 말짱할 때 말이지, 숨넘어가는 판에 정신이 오락가락 할낀데 품위를 어떻게 지키냐고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자기 의지대로 선택을 하고 살아가지만, 죽음은 우리가 선택을 하는 게 아이라 죽음이 우리를 선택 한다꼬 카더라
그 말도 맞네. 죽고 싶은 사람이 있겠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어? 한 가지 분명한 건 육체적 생명은 유한하고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 죽음이라는 거네
그렁께 너, 나 죽고 나서 후회 말고 있을 때 잘해
히히, 언냐 그러게나 말이라. 서로서로…
예전에 말이라 부처님은 제자들한테 납골당에서 시체 명상을 하게 했다네
그라마 오째 되는데?
오째 되는 기 아이라, 하나의 하심(下心)하는 방식 아닐까? 그게 잘 살고 잘 죽는 법이라꼬 여깄을끼고…
아~~ 그런가, 아리까리 하네?
그래, 어여뿐 여자를 보고 욕정을 느끼는 사람은 부풀어 오른 시신 위에서 명상하고, 자신의 곱고 아름다운 자태에 취해 엄청 뽐내고 사는 사람은 변색된 시신 위에서 명상을 하라꼬 시킸단다
아이고 참, 그기 산교육이다만, 현대판에는 안 믹히 들겠제? 언니야, 시신 보마 무섭을낀데 명상까지…
사람 마음이라는 게 생물과 같아서 하루에도 수시변동이라 안 카더나? 급하마 머든지 하게 돼 있다
그렁께 사람 아이가? 그것도 인정해야지 뭐~
그래 말이라, 인정할거는 하고, 다만 다듬으면서 거게 가찹게 가도록 노력하는 기 또 인간 아이가? 그런 기 잘 되마 머땀새 마음공부 마음수련 이런거 하겠노 안 그렇나
그라마 올 웰다잉 교육 끝났나?
너무 마이 하마 머리 쥐난다. 올은 짧게 요것만 하자. 한 두 가지도 아이고…
그래, 어쨌든 카르페디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