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64 ~인연의 길이~ 백인숙

작성일: 2025-04-10

희정아, 우리 심심하다. 요새는 이야깃거리도 없고 쇼킹한 일 없나, 사는 기 무덤덤 하네?
와, 너 사는 기 어때서 그카노? 잘만 사누만…
그래 숨만 쉬고 살마 잘 사는 기제. 숨을 못 쉬서 죽지. 그저께는 한참 살 나이에 심장마비로 죽었다 카는 이야기 들었다만,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나 매 한가지라
아이고 오짜노, 몇 살 묵은 누구라 카디?
인자 오십대 초반이란다. 사람이 그렇게 남한테 폐 끼칠 줄도 모르고 살았다는데 하늘에서도 그런 사람은 쓸모가 많은 게비여. 빨리 부르는 걸 보니…
젊디젊은 사람이 아깝다. 누군지 수소문 좀 해봐라
그시기 안 있나? 전에 와 건물 청소 하던 종씨 동생이라케 가~ 아나?
머라꼬? 가가 와 카노? 알다마다 오짜노? 아이고, 그 좋은 아~가 가봐야 된다. 장례 안 치렀제?
그렇겠지 어제라던데… 자식들은 지 앞가림 하것지 뭐
그나저나 장례식장 가지마라. 코로나 땜에 요새는 다 계좌로 안 보내드나? 수도권 외에는 다 풀맀다 카지만, 신규 확진자 매일 나오는 거 보니 불안하다
아이고 미치것다. 며칠 전 길에서 보고 언니야 얼굴 좀 보고 살자 그케 쌌디만, 허망하다 인생, 아무리 그래도 사진이라도 보고 와야것다
맘이 꼭 그러마 가 보든지 어쨌든 조심해라. 요새는 청첩장도 다 손전화기 하나로 해결 안 하더나?
그래, 내가 알아서 하께
너도 건강 잘 챙겨라, 언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것노?
요새는 공단에서 쪽지 날아 오이께 건강검진 받으로 안 가나. 그런데 검진을 다 하나, 기본이나 받고 오지. 그래 가~ 이상 없으마 그대로 살고, 있으마 큰 병원에 가고 그런 기지 머
모두 한창 살 나이에 저세상이니…
그래, 그렇지 뭐. 사는 기 퍽퍽~ 하이께네 지 목숨 지가 끊는 일도 흔하제, 교통사고도 많제, 살인도 마이 저지르제 하루살이 목숨이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제 기분이 착~ 가라앉는 기 오늘따라 날씨랑 맴이 비~슷 하네
우리 이럴 기 아이라, 그카지 말고 점 한 번 보러 가 보까 심심한데?
점? 잘 맞추는데 있다 카더나?
양보살이라꼬 소문은 났던데 안 가봤다 이참에 가볼래?
에이, 난 전에 봐도 잘 안 맞더라
그라마 오짤래?
머, 그냥 앉아 놀자. 날씨도 꿉꿉하니 음악 들으면서
그래? 음악 머 듣고 싶냐?
가곡의 왕 슈베르트 알제? ‘마왕’ 함 틀어봐라
엥~ 신나게 흔드는 대중가요 아이고?
야, 마음이 꿉꿉할 때는 더 꿉꿉한 걸 들어야 위안이 안 되것나?
그러까?

그래, 아버지의 애타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마왕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구만, 쯔쯔
마왕의 목소리에 이끌리지 않았으면 생명이 꺼지지 않았을까?
의지가 강했으면 그럴 수도
인간의 내면에는 두 마리 토끼가 산다꼬 안 카더나? 어느 걸 꺼내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에고, 어쨌든 꿉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누무 마왕 땜시
그람 인자 신나는 니나노로 즐기 보자 마왕이 접근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