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부륙 붓가는대로 - 중신 형을 그리다
작성일: 2025-04-15
임문林門 선대어른이 벗과 친교에 관해 후대에 전하는 글이다. 벗과의 도리는 중요하고도 위대하도다. 나이, 안면, 술잔, 시구, 정사情私 등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경전에 가로되 민무신불립民無信不이라 했으니, 벗 사이에 선행을 권하지 않음이 있으면 신의가 아니고, 허물이 있는데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신의가 아니며, 의문이 있는데도 묻지 않으면 신의가 아니며, 물어도 아뢰지 않으며, 아뢰어도 듣지 않으며, 들어도 실행하지 않으며, 실행하여도 힘쓰지 않으면 모두가 신의가 아니다.
사람이 신의가 아니면 모든 일마다 능히 성취할 수 없나니, 이는 바로 인의예지仁義禮智 신信을 필요로 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지지 못함이며, 수화금목水火金木이 토土를 기다려서 이루어짐이 역시 이치로다. 붕우朋友가 오륜五倫 에서 마지막임은 어찌 뜻이 없겠는가! 라 했다.
원로시인 신중신! 한국문단의 큰 별인 형이 스러지다. 고인의 명복을 빌다. 중신 형은 나와 중학교2년 선배이시다. 형과는 거의 동년배이나 형은 2년제 서라벌예대를 나와 군 면제자여선 사회 진출이 엄청 빨랐기에 큰 격차가 나 보였었다. 내가 1970년에 현대에 입사 초기인 그 당시 사내교육 세미나에 시문학 초청 강사로 형이 카프카의 여인인가! 하는 시론에 대하여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난 신입사원을 곧 벗어날 즈음이라 나서서 아는 척을 할 게재가 아니었다.
형의 강연이 무척 어렵고 지루해 졸려 워 선 빨리 끝나고 술 마실 궁리만 하던, 철딱서니 없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고인을 기억하다.
형과 만남은 서로가 귀향하고 나서부터이다. 건강을 잃어 귀향하였단다. 화가 상남 형과의 인연으로 자주 주석에서 만남에 상대를 피곤하게 하지 않아 형과의 술자리는 술맛이 당기었다. 거기다 가곡 책을 다 외워선 원래 시인은 천재성이 있어야 한다지만 100여 곡의 가사를 왼다는 것은 웬만해선 불가함을 잘 알기에 더욱 존경함이다. 나는 영어야 본국으로 돌아가라! 실역이라 듣기는 고막이 터질 정도로 많이 들었으나, 원어로 한 곡을 제대로 못 부르는데, 형은 술안주 삼아 가곡을 실타래처럼 연속속 부를 수 있어서 그 재능이 참으로 놀랄 지경이었다.
거창출신 예술가 중 그림 하면 이상남 화백이요, 시라 하면 신중신, 신달자. 이기철이다. 이상남 신중신형은 두해선배요, 신달자, 이기철은 한배선배이다. 이기철은 동배로 막역지간이나 여류 신달자 시인과는 면식이 없다. 나 역시 30여 년 자유기고가로 기명 칼럼을 지상에 쓰는 글쟁이라, 형들과는 말이 통하여 술맛이 더 당긴 것 같다. 형이 댁에 선물 받은 고급 양주가 있는데 형은 소주가 좋다고 나보고 갔다가 먹으라 했으나 주저주저하다가 형이 세상을 떴다.
형이 쓴 산문집을 받았는데 나완 사고 자체가 달라서일까, 쪽 수가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 책 첫 페이지에 “우리 시대의 문제는 당대에 풀어야 하고, 오늘날의 삐걱거림은 우리가 바로잡아 고쳐야 한다. 다음 세대에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든지, 세상사의 치유능력이 절로 해결해 주리라 바란다면 그건 현세를 포기했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라고 명도 같은 혜안으로 現世현세를 꿰뚫어 봄이 예사롭지 않았다. 거듭 형의 명복을 빌면서 영전에 잔 올리며 엎드려 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