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65 (수필가 백인숙)

작성일: 2025-04-22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아요 보살들, 너거 열무 있나 좀 주까?
어, 조라 김치 담가 묵어마 되겠다
김보살, 나는 있응께 다른 사람 주라
그라마 너거 둘이 갖다 주께. 묵기 좋을 만큼 자랐더라
땅이 참 좋기는 좋아 그지?
땅 좋은 거 인자 알았나?
아이다 새삼 그런 생각이 드네
어떤 면에서 그렇단 말이고?
씨 뿌리 놓으마 자라제, 한 번씩 들여다 보고 인사 하고 그라마 저절로 쑥쑥 안 자라나?
그래 농부의 발자국 소리 듣고 커는 기 땅에서 나는 작물 아이가? 땅이 거짓말 안 한다 카디만, 팥 심구마 팥 나지 콩 안 나 그자?
팥 심구마 팥 나는 거 당연지사 아이가?
팥 심갔는데 콩 나는 것도 있네 이 사람아
그라마 땅이 아이것지~, 땅은 거짓말 안 한다. 요새는 비 마이오제 기온 높제 땅도 말은 몬 하지만 혹사 당한다
지슴 말이제? 그라이께 제초제 씨리 뿌리 가~ 누렇게 떠서 비기도 싫더만…
땡볕에 그거 맬라 카이 땀은 나제 오짜것노 약 뿌리야지
머, 요새 제초제는 땅으로 안 스며든다꼬 카기는 카더라만, 찝찝하기는 하지
이거저거 다 따지마 묵을 기 없다

너거들아. 열무 있제? 내가 밭에 가서 뽑아 논께로 남편이 보디만, 약 칬다 안 카나? 썩을니리 남정네, 도대체가 소통이 안 돼요. 말이나 하고 약을 치던지… 약 안 치니 열무 잎에 구멍 숭숭하니 보기 좋더만, 고새에 약을 치가지고 설랑, 에고!! 이때끔 오째 살았을꼬…
아이고, 그라마 다음에 묵으마 되지 열 내지 마라
한 두 번이라야 말을 안 하지, 또 열 오르네
요새 열 나마 안 되는 거 알제? 의심 받는다 확진자인 줄, 크크
우리 주지 말고 좀 있다 갖다 팔아라, 열무도 비싸더라. 단이라꼬 묶어 놓은 기 잘아서 한 주묵도 안 되것더라
그래, 맞아 식당이니 할 것 없이 가격 올리마 비싸다 칼끼고 모두 양이 줄었더라, 그기 가격 오른거나 마찬가지지. 적으면 더 시켜 먹어야 하니…
아이고 참, 물가 너무 올라서 사는데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여
그러니께 말이여, 서울 집값 올리마 촌구석에도 금방 따라서 올리제, 이누무 세상 집값 잡을라 카다가 줄줄이 엮이 가~ 온갖 물가 다 올리고 살아가기 난감하다
누가 아이라 카나 서민들만 죽어난다
그러게 말이여, 하는 짓이 왜 그랴? 앞에선 집값 잡는다 카고, 뒷구멍에선 한 몫 잡고
세상이 말이여 아이고, 살기 아심찮이여…
*아심찮다 : 안심이 되지 않고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