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가을소고

작성일: 2011-10-14

市內를 나가기전 불초소생은 꼭 100보뒤 先山엘 오른다.
非山非野 이곳은 4代 先考, 祖考묘가있어 영전앞에서서 出必告(곡)하니 살아생전 부모님의 무육지은(撫育之恩), 지독지애(舐犢之愛) 그 은혜 不忘하야 그 죄를 뉘우치고 싶어서다.
왜정치하 맥령(麥嶺)時 헐벗고 설먹던시절 7남매 종으로 태어나 젖배를 골아 반등신이 되었으니 古言에 등굽은 소나무 선산지키고 병신자식 고향 지킨다고 선영下 터를 닦고 초막지어 우거한지 40여년 山居常樂하고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에 달과 농월(弄月)하니 山中無曆日이라 달력이 필요없다.
이른 아침 등산은 상쾌하다. 덤불속 들고양이들의 발정소리 요상하고 설대밭 맷비둘기 웅창자화(雄唱雌和) 지져김도 유정하고 가을바람에 갈대숲이 슬피우니 추성(秋聲)치고는 아름답지만 아림사절 주지스님의 독경소리며 바람의 결을타고 날으는 범종소리에 문종성(聞鍾聲)단번뇌(斷煩惱)라 내마음에 이는 번뇌 끊어주니 더더욱 고맙다.
앞산을 바라보니 백곰같은 감악산은 안개속에 묻혀있고 東으로는 금귀봉이 西로는 망실봉이 아침 햇살을 받아 용비봉무(龍飛鳳舞)하고 따뜻한 기운은 억조창생을 動하게 하여 天高馬肥라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며 오곡백과는 무르익고 허공을 날며 우는 새들은 조제루난간(鳥啼淚難看)이라 울어도 눈물을 보이질 않고 화소성미청(花笑聲未聽)이라 언덕위 코스모스는 방긋방긋 웃어도 소리를 내질 않지만 秋士悲는 가을이 슬퍼 눈물이 나네요. 벼랑으로 핀 들국화는 싱긋한 꽃내음을 풍겨줘 잊었던 소녀가 나를 울리네.
高女 1년생이던가 에메랄드빛 들국화 한송이를 꺽어들곤 코밑에 들이대며 내마음을 점령했던 N양이 釜山 어디엔가 산다는 기별은 들었지만 사람과 사람사이 정분이란 꿀을탐하다 흔적없이 사라진 벌나비처럼 탐화봉접(探花蜂蝶) 아닌가. 오늘아침 오솔길엔 제법 굴밤이 많이 떨어져 다람쥐들이 바쁘고 하늬바람에 노랑 잎새들이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낙하를 하니 一葉落地天下知秋라 한잎의 낙엽이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구나.
우리들 인생도 저와같아 진흙의명령(Clay given mandate)받아 땅에 떨어지면 부토(腐土)가 될 것을 괜히 왈가왈부 다투고 우시두시 바쁘며 百年도 못살 인생이 천년의 꿈을 꾸며 악전고투하니 어리석지 않은가. 落下하는 고엽이 마음을 비우고 허허히 살라는 신호요 Signal이라 下山을 하면서 그래도 인간은 군중속에서 나를 찾고 다듬어야지 싶어 邑內로 발길을 옮긴다.
대은시중(大隱市中)이라 대덕한 은자(隱者)는 市中장바닥 야인들속에서 각(覺)해야 한다고 滿山紅葉이, 들꽃이, 날으는 새들이 속삭여준다.
그럼! 人生이란 생존투쟁이 아니라 넘어진자 부축하며 함께 걷는 선의의 경쟁아닌가?
※필자가 중국 탐방길에 올라 다음주는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