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의 음악점수
작성일: 2011-10-14
35년 교직생활 중 37세 젊은 나이에 안의 중학교 교장이 되어 25년간을 아무 탈 없이 재직한 이동원 교장선생님이 자서전적인 수필집《마음이 가려는 길》1부의 「나의 음악점수」란 제목에 눈길이 쏠렸다. 초등학생 과정의 음악기초조차 전무하면서 차원 높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게 된 동기랄까 아무튼 거기에 깊디깊게 빠져든 교장선생님과 필자는 서로 닮아 우연치곤 거창군사회복지회관 가곡합창단에서 만난인연조차 예사롭지 않다.
교장선생님은 LP판이 600여장이라는데, 이쯤 되면 나름 예로 귀가 道通入神의경지에 들었지만, 음악 감상의 수준차란千差萬別아닌가! 1970년대 겨우 보릿고개를 벗어나려 할 즈음 미국의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공연차 일본 동경에 와선 한 시간 거리인 서울에 초청을 해도 오질 않는 사연은 음향기기시스템이 문제였었다고 한다. 단적인 예로 스피커가 장충실내체육관을 구석구석 커버할 수 있는 알택랜싱 (스피커위에 큰 나팔이 달린 모양) 대형스피커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그가 콧대도 세지만 음향 질이 목숨과도 견줄 세계적인 록 스타입장에선 당연시하다. 당시만 해도 일본과 문화적 격차가 天壤之差라 흥분했지만 현실이기에 실소했다.
4반세기가 지난 2009년에 자가용비행기와 보잉747화물기에 방송영상장비를 가득 싫고 날아온 마이클 잭슨의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공연시 그 인기와 대형스피커서 울려나온 사운드가 바로 ‘알택랜싱’ 의 위력인 것이다.
오디오에 입문하여 초보 에서 한 단계 높은 음질을 원하면 기기를 저렴하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생산 된지 오랜 「트란지스터 쿼드 프리앰프와 파워앰프에 구형 탄노이 아덴 스피커」를 연결하면, 들인 경비에 비해 재생음질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감히 권한다.
필자는 총각 때 전 재산인 당시 시가로 앞구정동 현대아파트 30평형 한 채 값 천만원을 들인 오디오세트와 집 가구라곤 달랑 간이 홈빠 만 가지고 넓은 2층에 세를 들면 이상한 눈치로 봤다. 바닥이 들썩이게 큰소리에 진저리를 치던 주인도 좋은 소리는 본능적으로 알아듣기 마련이었다. 마란츠(Marantz) 프리앰프에 8B진공관스테레오파워앰프, 매킨토시 튜너, 텅치 큰 영국제 탄노이 오토그파프을 빼고 궁극(窮極)으로 선택한 고음질스피커‘바이타 복스’ 코너형 빈티지CN191을 묶으니까 속궁합이 잘 맞아 죽여준다. 영국제 가라드 301턴테이블에 오르트 폰 암에 오르트 폰 SPU 카트리지(바늘)1개에 수입자유화로 값이 내려서 약 삼십오만은 할 것 같다. 여기에 2-3백만 원의 증폭기를 달면 가히 환상적인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음구(音溝)를 추구함이다. 오직 밑천 먹은 만큼 = 소리가 난다. 그래서 음악 감상에 서울 보통 집한 채 값을 투자해야 한다면 미쳤나 할 테지만 audio마니아에발을 담그는 순간 부터도박과 같아 손 씻고 발을 빼기가 어려운 것 같다.
나는 학생 때 모노음반용 RCA victor포터블전축에 청계천 에서 한 장에 단돈 180원하는 최신유행곡앨범 싸구려해적판을사서 듣다가 한 단계올린 것이 RCA빅타 반자동서랍식가구전축인데 당시에는 지식인이나 부잣집도 음악 감상 할 마음의 여유가 없던 새마을운동시기였다. 교장선생님은 오디오마니아로서 고정원치(高情遠致)라, 고상한 마음과고결한 인품의 선생과 격의 없이 목로주점에서 만나 봤으면 좋겠다.
교장선생님 曰 초보적인 음악적 지식만이라도 있었던들 얼마나 좋았을까를 후회하면서도 오페라, 교향악, 실내악 등에 대한 공부를 해가며 당신이 짓는 음악 감상실이 사상누각으로 허물어진다 해도 다시 짓겠다는 포부를 잃지 않으셨단다.
부끄럽지만 필자 역시 지금 초등학생과정의 음악이론과외공부를 하고 있다. 왜냐면 죽기 전에 관악기나팔한번 불어보려는 속셈이 잘 되려는지 정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