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국제연극제] 스페인 깔리깐또의 <아타카> 리뷰
작성일: 2012-08-10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 그곳에 축제가 녹아든다
“마치 달리는 꿈속에 있는 것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객들을 상상의 세계로 이끌며 진기한 광경을 연출한다.”
지난 20세기 스페인의 피카소와 더불어 가장 독창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했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il, 1945~1989)의 그림이 거창국제연극제에서 거리공연으로 생생하게 살아났다.
그는 꿈을 꾸는 듯한, 현실에서는 시각으로 나타날 수 없는 기묘함을 캔버스에 그려낸 작가다. 늘어진 시계, 바다가재 전화기, 허벅지 속 물고기 등 생뚱맞고 난데없는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은 참 난해하다.
스페인 극단 깔리깐또(Cal y Canto Teatro)의 <아타카>(A-Ta-Ka)는 이런 달리의 작품세계를 거리극으로 풀어내 관객들로부터 환호를 받고 있다. 30분 간 진행되는 공연은 마르코스, 하이로, 프란, 아나 어셔, 비올레따 등 5명의 스페인 배우가 5~8m 되는 11개의 연을 가지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음악이 나오면 2명의 남녀가 어미물고기와 아기물고기가 춤추듯이 정교한 움직임으로 하늘거리며 원을 그리며 시작하는데, 이 모습은 새싹이 대지를 박차고 나오는듯한 역동적인 형상이다.
이어 2명이 빠지고 3명이 춤을 추면서 연두색의 잠자리가 하늘을 유영한다. 얼핏 보면 별모양, 꽃모양 같기도 하다. 하늘색에서 연두색, 분홍색으로 형형색색 바뀌는 연들의 움직임이 자유로우면서도 상당히 정교하다.
신나는 율동은 자유와 희망을 노래하듯, 현실과 초현실의 세계를 넘나든다. 공연은 난로 옆에 놓인 치즈처럼 몽땅 녹아들어가 흐늘거리면서 무의식적인 오브제가 된다. 하지만 명석한 통찰력을 가지고 현실과 초현실의 질서감을 보여준다.
꿈에서 깨어나면 급박한 긴장감이 연출된다. 노랑색, 검은색의 말벌들이 날아들더니 분홍색의 용이 무더운 여름을 파고든다. 특히 긴장감을 연출하기 2명의 남자배우가 어깨에 꼽은 각각 4개의 깃발은 전투에 나선 병사가 현실을 습격하듯 덮친다. 이어서 아무렇지도 않듯 5명의 배우들은 여지껏 보여줬던 5개의 상징색들을 들고 신나게 한바탕 춤을 춘다.
마치 우주 속을 유영하는 듯한, 깊은 바다에서 헤엄을 치는 듯한 파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꿈을 꾸는 듯한 모습이다. 나른한 오후, 목신(木神)이 잠을 잔다면 이런 꿈을 꾸지 않을까. 보는 이로 하여금 끝없는 상상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폐막일인 12일까지 오후 2시30분, 5시30분 하루 두 차례 진행된다. 무료공연. 문의는 055-943-4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