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

작성일: 200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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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책은 그냥 읽으면 되는 거지 어떤 기술이 필요하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잘못된 독서습관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요. 몇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독해력 테스트에서 우리나라는 27등을 했습니다.
문맹은 거의 없지만 독해력이 낮은 준문맹상태가 많은 셈이죠. 또 책을 읽어도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줄거리만 쫓아가는 저급독자가 많습니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 원장(61)은 아직 우리 사회엔 제대로 된 독서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남원장은 20여년간 독서교육을 해 오며 ‘독서기술’을 비롯, 많은 독서지도 관련 책을 냈고 2000년엔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서능력 평가지를 만든 독서교육 전문가이다. “책읽기는 학습능력 신장에도 필수적”이라며 “책이 아이들을 키웠다”고 강조하는 남원장은 28~31살인 세 아들을 과외 한번 안 시키고 훌륭하게 키운 행복한 엄마이기도 하다.
책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 가을. 무작정 자녀에게 많은 책을 읽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독서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체크하고 잘못된 독서습관이 있다면 바로잡아주는 것이 어떨까. 대표적인 잘못된 책읽기 사례와 대책을 남원장에게서 들어봤다.

#우리애는 만화만 읽으려고 해요
문화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의 2002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연구’에 따르면 어린이의 독서량과 독서시간은 매년 20%씩 떨어지고 있는데 유독 만화 독서량과 독서시간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만화만 읽어서는 어휘력과 상상력이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 또 만화에 나오는 단어가 한정된 만큼 어휘량뿐 아니라 어휘의 질도 떨어진다. 처음엔 그림책의 그림을 보고 말로 상상해 표현하기 시작한다.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모아 함께 토의하며 책읽기를 하면 혼자 고치는 것보다 한결 쉽다.

#책을 읽어도 내용파악을 잘 못해요
어휘력이 문제이거나 요약을 못하는 경우이다. 어휘력을 늘려 주기 위해서는 평소 대화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가급적 많은 단어를 사용해 아이의 질문에 대답해 주고 말을 많이 하도록 격려한다.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 밑에 줄을 쳐 놓고 추리하도록 한 후 사전을 찾으면 성취감이 생긴다. 요약을 못하는 경우는 공부요령도 안 생기기 십상.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줄거리 요약을 위해서는 저장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 주제별로 분류하고 묶어서 저장하는 훈련을 시킨다. 또 책을 읽고 한 쪽으로, 30자로, 한 단어로 점차 줄여가는 연습도 시킨다. 중요한 사건을 발생 순서대로 이야기하게 하고 책 속에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 했는지를 찾아서 밑줄을 긋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을 건성건성 읽어요
빨리 읽는 아이들은 100% 줄거리만 따라가는 독자. 줄거리만 파악해서는 상상력이나 어휘력, 추리력, 사고능력 등이 발달할 수 없다. 이런 아이들은 1주일에 7~8권의 책을 빌려주는 대여업체 등을 통해 빨리 읽는 시스템 속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너 다 읽었니? 무슨 얘기 써 있었어?”라며 닦달하고 확인하는 경우이다. 우선 부모가 책을 많이 읽는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아이들에게 충분히 전해주고 여유있게 책을 읽도록 도와준다. 또 부모가 먼저 책을 읽고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을 아이들에게 자주 던지는 것이 좋다.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토론을 자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책을 좋아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책읽기를 싫어하는데
독서감상문을 너무 강조하거나 책 수준이 높아졌을 때 책을 싫어하게 된다. 말로 감상을 대신하는 등 감상문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또 학년별 필독서에 얽매이지 말고 아이 수준에 맞는 책을 찾아준다. 무엇보다 아이들도 책이 자신의 인생에 필요하다는 걸 깨달아야 책읽기에 재미를 붙인다.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 주는 내용의 책을 찾아 읽힌다.

#한 분야의 책만 읽어요
아이가 성장한 후엔 기호에 따라 책을 집중해 읽어도 상관없지만 어렸을 때의 ‘책 편식’은 고쳐줘야 한다. 우선 이제까지 읽은 책의 목록을 ‘독서이력서’로 정리해 본다.
독서이력서를 보면 아이가 어떤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분야별 편중을 살펴 아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부족한 분야의 책을 함께 골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