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궁합을 보지 않으려면 확실히 연애하는 것이”

작성일: 2013-09-12

연애지상주의자들이 득세한 세상에서 볼수 있는 흥미로운 풍경이 하나 있다 하겠다. 요즘의 젊은 부부들이 중매 결혼이냐, 연애 결혼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보이는 반응들이다.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한 측에서는 ‘연애요!’라고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대답을 하는데 중매를 통한 측에서는 무슨 죄라도 지은 듯이 모깃소리로 ‘중매요’라고 대답하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중매후에 사귀는 기간이 있었으니 ‘중매 반 연애 반’이라는 말로 사족을 단다.
그런데 연애라는 화려한 말에 쫓겨 초라하고 불쌍해진 말 중매, 그에 못지않게 요즘 젊은이들로부터 퇴물 기생 취급을 받는게 또 있으니 바로 궁합이라 하겠다. 궁합이라는 말만 나오면 대명천지 이 문명 사회에 무슨 미신이냐며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가 하면, 심신풀이 재미로 본다며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노리게 취급을 하기 일쑤다.
그러나 궁합은 결코 서양식의 학문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말하는 미신도 아니요, 노리게 취급을 당할 만큼 하찮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만물이 그렇듯 사람에게는 생명의 근원 속에 기(氣)가 있고, 그것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들어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끌리고 끌리지 않고 하는 것은 넓게 봐서 기의 작용이라 할 수 있듯이 남자와 여자의 만남도 마찬가지로 보면 될 것이다.
서로 기가 맞지 않으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맞지 않는 신발은 신을 수 없고, 맞지 않는 음식은 먹을 수 없다. 100볼트 제품을 220볼트 전선에 연결시키면 당장 망가지듯 기가 맞지 않는 남녀는 행복하게 어울릴 수 없는 것이라 하겠다.
남녀의 기가 어울리는지의 여부를 보는 것이 바로 궁합이다.
요즘 세상에서 사주를 보는 사람 가운데 적지않는 이들이 돌팔이라 할 수 있다.
음양오행의 사상과 과학은 난해하고 심오한 것으로 짧은 공부와 수도로는 그 깊이를 제대로 알아낼 수 없다. 적당히 배운 사람들이 아는 체를 하고 흉내를 낼 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사들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력이 좀 모자라는 사람이 있고, 또 아주 돌팔이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하겠다.
세상에 완벽한 의사가 없듯 완벽하게 궁합을 볼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쉬운 노릇이 아니다. 그러나 완벽한 의사가 없다고 병원에 가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신뢰가 가는 의사를 찾아가서 자기 병을 고치면 되는 것이다. 궁합을 보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치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각설하고 아무리 궁합의 중요성을 말해도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있다.
기가 맞지 않은 쌍은 제대로 연애를 할 수 없다 하겠다. 바꾸어 말하면 제대로 연애를 하는 쌍은 서로 기가 맞는 것이고 그것은 궁합으로도 결국 좋다는 말이다.
섹스는 아름답고 신성한 것이라 하겠다.
그것은 삶의 소중한 보석이요, 인간이 지닌 예술성의 한 극치요, 생활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활력소다.
옛시절에도 섹스를 단순히 애를 낳기 위한 행위로 보는 선비와 섹스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만끽하는 선비를 볼 때 뒤의 선비가 더 도가 높은 것이라 했듯이 섹스를 동물 근성쯤으로 치부하는 것은 미개적 시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중한 보석은 함부로 다루는 것이 아닌 듯 섹스는 함부로 대하거나 조절 능력을 상실하면 인간에게 주어진 그 복을 금세 화로 바꾸어 버릴 것이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 것에 대한 응징인 것이라 하겠다.

<박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