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間만이 추억한다.
작성일: 2014-03-19
인간만이 사고할 줄 아는 동물(Man is a thinking animal)이라고 과거를 추억하고 반추하며 살아간다. 필자가 오늘(3.8)下釜를 하는 목적은 국제신문사 주체 영도다리 도개모습을 추억하고 싶어서다. 61년도 釜大를 입학한후 영도서 가정교사를 하면서 영도다리와 얽힌 쓰라린 추억이 많아서다. 영도서 느릿한 전차를 타고 나오다 다리가 뚝 들리면 또 지각이구나 싶어 발을 동동 굴렸고 전차비가 없어 시청서 영도다리를 걸어서 오면 멀리 오륙도 바다위 기선들이 토하는 뱃고등소리며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居昌이란 시골소년에겐 이국적 정취를 느끼게했다. 하루는 가정교사 월급을 탄김에 자갈치 시장서 국밥을 사먹는데 옆자리 金海에 산다는 어떤 母女가 낙지며 멍게, 해삼 등 모둠회를 먹으면서 처녀가 내게 낙지 몇토막을 건네줘서 퍽고마웠다. 헌데 귀가길이 영도라 같이 동행을 하면서 그 아가씨 왈 “어머니가 날 시집 보낸다고 왔다”며 한사코 반대를 해 보냈단다. 저녁을 먹는 내내 그녀는 釜大교복을 입은 내게 호감이 많았다며 우리는 그렇게 해서 만나 손을 잡곤 영도다리를 거닐다 목례만 하곤 헤어져 고로 영도교는 나에겐 피렌체 “베이키오” 다리요 그녀는 내게 Beatrice역을 해줘서 그녀가 보고싶으면 영도다리를 찾는단다. 12시 종을치자 다리가 서서히 들리곤 양쪽 100만 인파가 환호성을치며 다리밑엔 큰 상선들이 뱃고동소리를 내며 물살을 가르곤, 난간 스피커에선 “금순아보고싶구나남북통일그날이오면” 처량한 노랫소리가 나오자 학발 노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가수 현인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1.4후퇴 당시 영도다리는 피난민들, 노숙자들, 거지떼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혹시나 헤어진 부모형제 만날까 다리를 서성이며 불우한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였었다.
행사가 끝나자 인파가 자갈치시장으로 몰리면서 횟집 국밥집은 발 디딜텀이 없었고 필자도 겨우 모퉁이 식당엘 들려 앉아 어탕국 한툭발을 받아 들면서 “주인양반”, 이쯤 어느 식당이 옛날 이중섭씨가 국밥먹곤 돈이 없어 양담배 은박지에 손톱으로 그림을 그려주곤 뺨맞은집이요”하니 “아이고 지금 바닷가 고층 건물좀 보소 그때 집이라곤 하나도 없소”하며 그런 소문은 듣기는 했었단다. 이중섭은 평남 부호의 아들로 일본 데이고꾸 美大를 나와 日人 마사꼬를 만나 결혼, 귀국을 했으나 1.4 후퇴때 피난와 이곳 자갈치시장서 지개품팔이로 연명을 하다 영양실조에 객사를 한 40대 천재화가다. 그때 국밥값으로 그려준 은박지 그림이 미국현대미술관에 영구보존 되었다니 예술이란 인간고뇌를 머금고야 가치가 있는 것! 필자도 영도다리를 거닐며 50여년전 가정교사집을 찾아봤지만 허탕을 치곤 나오면서 용두산 공원이며 중앙동 뒷산 고층건물들을 쳐다보곤 깜짝놀랐다. 6.25사변시 한밤중 미군함이 釜山항에 닿자 미군들이 뉴욕같은 고층건물에 깜짝놀라 “동양의 진주가 홍콩이 아니라 부산항이라며 일기장에 썼었더라나?
헌데 새벽에 미군들이 뱃전에 나와 부산항을 쳐다보곤 “와 한국은 돼지도 많이 키우는 축산국이구나” 했는데 망원경으로 쳐다본 돼지마구에선 사람들이 꾸물꾸물 기어 나오자 또 한번 놀랬다한다. 아니 도대체 저런 개딱지 같은 판자집에서 어찌 사람들이 새끼를 치곤 연명을 했을까하며 전쟁이란 동서고금없이 저렇게 비극의 온상이구나 싶었단다. 부산이라면 내게도 더 없이 쓸쓸한 곳이 되었다. 내 兄 세분이 부산서 교편생활을 하다 首丘初心, 상자지향 고향못찾곤 세상을 떠난 곳이라 거리마다 형님들 발자욱 소리가 베어있어 금시라도 “동생” 하고 부를 것만 같은 착각에 눈물이 난다. 옛말에 형제는 내수족이요(兄弟爲手足)아내는 내 의복이라(夫婦爲衣服) 수족을 잃으면 다시 이을수가 없고 의복은 다시 갈아 입을 수가 있음에 人山人海 와중 형님들을 만날 수 없어 군중고독을 느껴서다. 다리를 건너와 남포동 전철 옆 목로주점에 앉아 大學동창들(종식아, 우섭아, 석기야, 옥선씨)하며 Call을 쳤지만 모두 처성자옥(妻城子獄)에 갇혀 꼼짝 못한다하여 정말 고래 희수(稀壽)를 넘어선 그 나이에 자유가 없다니 슬프구나! 서당 옛친구가 왔다면 하당영지(下堂迎之)라 맨발로 튀어나와 거창의 山中은자를 만나 막걸리 한사발 들곤 권주가 부르며 인생역정을 논해보고 싶었는데 술한잔에도 세상 모든 고뇌 풀어줄 철학이 담겨 있다고 했으니! (A bottle of wine contains more philosophy than all the books in the world)
논설주간 신중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