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지리산… 대책을 못찾는다
작성일: 2004-11-01
작년 5월 이후 29곳 산사태… 천왕봉 피해 심각
관리공단 등 소극대응… ‘복구 로드맵' 수립 급해(큰타이틀)====사회
[함양]“민족의 영산(靈山) 지리산은 과연 안전한가?”
지리산에서 최근 10년간 수 십 차례의 대형 산사태가 발생해 등산객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정부가 대책마련에 손을 놓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지난 9월까지 지리산 지역 총 29개소에서 대형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이중 27개소는 천왕봉 등 동부지역에 집중됐다.
대부분의 산사태 규모는 폭 10㎙에 길이는 100~200㎙에 달했으며 30도 이상의 급경사 지역에서 발생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히 산사태 지역이 가문비, 구상, 주목 등 고산침엽수림이 우거져 생태적 보전가치가 높은 해발 1,500㎙가 넘는 아고산대 식생지에 집중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조사결과 산사태는 10~15년 전부터 진행돼 왔고 이번에 확인된 29개소는 모두 2000년 이후 발생한 것들로 추정됐다.
녹색연합과 전문가들은 국내 14개소의 산지형 국립공원을 비롯, 해발 1,000㎙가 넘는 수십 개의 주요 산 가운데 지리산에 대형 산사태가 집중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리산에 산사태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집중호우와 지반 불안정 등에 따른 자연형으로 집중호우를 몰고 오는 태풍의 길목인 남해안 바로 북쪽에 위치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산사태의 1차적 원인은 비구름층이 고도 1,500㎙ 주능선을 넘을 때 집중적인 강우를 유발했기 때문이고 2차적 원인은 지반 및 지질상태, 3차적 원인은 급경사 등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주무 기관인 공원관리공단, 산림청, 해당 자치단체 등에서는 지금까지 산사태의 전개과정 및 정확한 현황파악 조차 못하고 있어 자칫 대규모 산사태로 수려한 자연경관 훼손, 대형 인명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환경부와 과학기술부, 산림청, 기상청, 한국지질연구원 등 유관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체계적인 재해예방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무분별한 인위적인 복원보다는 환경친화적인 공법으로 연차적인 복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중장기 복원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진주산업대 백재현(산림자원학과) 교수는 “자연적 복구와 인위적 복구가 병행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산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진단이 중요하고 사전예측이나 지표조사를 할 수 있는 전문기관 및 인력을 동원한 통합관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외형에 치우친 복원은 시간이 지나면 복구를 하지 않은 것만 못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복구를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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