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아버지 효과(father effect)
작성일: 2015-04-23
아버지는 아이의 삶과 장래에 큰 영향을 준다. 좋은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 살다 보면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이 꼭 필요할 때도 있지만 아이 스스로 이겨나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아버지와 아들 간에 균형을 이룬 소통도 필요하다. 몇 년 전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을 죽인 중학생이 있었다. 아버지의 간섭이 너무 지나치고 아버지의 잔소리가 듣기 싫은 것이 원인이었다. 아이는 예술고 진학을 희망하였고 아버지는 판사, 검사되라는 욕심과 함께 소통부재가 철없는 행동을 낳았다. ‘아버지만 없으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하였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지나친 욕심과 잘못된 사랑의 결과였다.
몇 년 전 2월말 새 학년이 시작되기 며칠 전이었다. 목욕탕에 같이 온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옆에서 들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몸을 씻어주면서 새 학년을 시작하는 마음가짐과 이런 저런 당부의 말씀을 하고 계셨다. 궁금하여 “어느 학교, 몇 학년이냐?”고 물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학생이었다. 목욕 후 아버지는 이발사에게 이발요금을 주시면서 “짧게, 단정하게 깎아 주세요.”라고 부탁하고 먼저 나가셨다. 나는 마음속으로 ‘저렇게 준비를 해 주시는 부모님이 있는 학교는 교육이 저절로 되겠구나. 부자간의 다정다감한 모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겠지! 참,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아이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스승이었다. 그 후 아버지와 나는 목욕탕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잘 크고 있지요?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하였습니까? 대학 진학은?” 만날 때 마다 성장하는 모습과 진로에 대하여 묻기도 하면서 마음속으로 응원도 하고 있다.
박지성은 “쓰디 쓴, 아버지의 잔소리가 나를 키웠다. 아버지의 말을 단 한 번도 거역하지 않았다. ‘잘했어! 우리 아들이 최고야!’ 라는 칭찬만 받았다면 여기까지 못 왔다. 아버지의 잔소리를 가슴 깊이 새기는 것은 내게 축구 기술을 익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었다.”라고 아버지의 말씀 하나하나에서 자신의 성공이 만들어 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축구선수였던 손흥민의 아버지는 아들을 훈련시킬 때 등짝에 ‘내 아들’이라고 써 붙이고 싶었다고 했다. 하도 호통을 치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수 학대 하는 거 아니냐?”고들 했기 때문이다. 두 선수의 성공은 어버지의 혹독한 사랑을 받아들이고 견디어 냈기에 오늘의 그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시인 황영선은 ‘아버지는 도덕 교과서이며 나의 학교’라고 표현하면서 길눈이 어두워질 때마다 아버지가 유산으로 물려주신 가르침을 마음속에서 꺼내어 힘을 얻는다고 한다. “나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좋은 스승과 좋은 벗을 많이 만나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랑과 교훈, 그리고 모범이 가장 훌륭한 교훈이었다.”라고 발포아는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좋은 스승은 아버지라고 하였다.
아버지의 삶에 대한 가치관과 말 한마디, 태도와 습관은 아이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준다. 아버지들이 자녀에게 주는 영향력이 ‘아버지 효과(father effect)’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1만7000명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33세가 될 때까지를 연구했다. 아이가 훌륭하게 성장하고 성공하는 데 무엇이 영향을 많이 주는지 알아보려 한 것이었다. 놀랄만한 사실은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경험한 아들이 최고로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가장 힘든 시간들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들은 훌륭하고 좋은 아버지를 갈망한다. ‘아버지는 내 삶의 등대! 이 세상에서 우리 아버지가 최고! 아버지는 따뜻한 해결사!’, 든든한 아버지는 항상 아이 마음의 햇빛이다.
-오세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