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모니카를 배우는 노인들

작성일: 2015-06-17

춥고 배고프던 시절 식솔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혁명정부는 산아제한정책을 선진국 프랑스로부터 벤치마킹 한 것 같다. 시행 후 반백년이 지난 오늘의 결과는 만년지계萬年之計로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박정희 정부의 단견短見이 실책으로 들어 났다. 그 영향이 도회처에 비해 텅 빈 농촌에선 젊은이가 드물고 집집마다 애면글면하며 혼자 사는 노인들뿐이라 동네가 조용하다 못해 정막감이 감돈다.
지금70-80세 노인들이 다 세상을 뜰 시엔 농촌은 동공洞空현상에 유령의 집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인구정책에 대한 극極 처방을 정부당국에 호소하려 함이다.
한동네 이웃집만 보더라도 독거노인이 근래에 돌아가셨다거나 아니면 요양원이나 병원을 전전 하거나, 몸에 큰 탈이 났을 경우 그 등급에 따라 지자체지원 돌보미의 도움을 받는 분들이 적지 않다. 나이 들어 걸음을 잘 못 걷는 그 순간부턴 큰 짐이 된다는 것이 자식이나 지자체보기에 계면쩍다. 보호자가 없는 최 저 생계 자 일시는 부득불 나라에 기댈 수밖에 별다른 묘안이 없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하루여가랄까 짬을 어떻게들 보내실까? 노인정에서 담소를 하다가 푼돈을 내어 점심땐 공동취사를 한다는데 그나마 농번기엔 일손이 달려 예외란다. TV시청을 하면서 누었다 앉았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입담 좋은 얘기에 귀 기우리는 게 일상이란다. 그조차 달변가요 뉴스메이커인 할머니가 일전에 돌아가시곤 정자나무 밑 평상에서 우두커니 초점 잃은 눈으로 먼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무료함을 달래는 것이 고작 일상이란다. 이건 남의일이 아니라 내게도 닥쳐올 일이기에 인사조차 공연히 쑥스럽다.
그나마 난 아직 행복하다면 하는 일이 많아 다행스럽다. 하루의 스케줄을 무리하게 짠다. 틈만 나면 컴퓨터로 글을 쓰다 고치 다를 반복하고, 나팔을 좀 불고, 월 ․ 화 양일은 거창군사회복회관 가곡교실에서, 수요일은 북상면 거창하게 노래하는 농부합창단에서 2 시간 노래를 연습한다. 또 목요일은 거창전문대학 평생교육원에서 하모니카를 배우고, 금요일은 북상면 주민자치 색소폰동아리서 2시간 연습을 한다. 하모니카교습생중 생 초보는 나만 인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선 교육과정에 들어있어 의무적으로 배웠다거나 아니면 독학을 했거나 등 기본기가 되어있으니까 나와는 수준차가 좀 나기에 안간힘을 쓰지만 마음뿐 힘에 부친다. 해야 될까 말아야 할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난감한 처지에 놓여있다.
하루는 코밑이 시려 만 저보니까 코피가 나선 연중무휴로 몸을 너무 혹사하나 싶어 수영운동도 끊었다.
나는 원래 퍽 게으른 편인데, 남의 부탁은 힘닿는데 까지 거들어 준다. 잔심부름을 즐기듯 하되 잘 모르거나 힘겨운 일은 전문가에게 패스해 지름길을 일러준다.
하모니카는 작은 악기라 아무나 불 길래 쉽게 배울 수 있다고 깔본 탓에 엉기어 눈치 보이지만 따라가고 싶다. 정히 누가 될 시엔 그만 두어야겠으나 그러긴 너무 아쉽다. 허나 평생교육원의 노년층대상 강좌는 노후생활의 안녕을 위한 유유자적한 초보자양성과 저변확대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붓가는데로 임부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