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일은 조심해야”

작성일: 2016-01-06

사람들끼리 나누는 사사로운 말이라도 하늘이 들을 때는 우레와 같고, 어두운 방에서 속이려는 마음으로 한 말이라도 신목은 번개와 같이 알아챈다고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금방 들통 날 일인데도 순간의 위기를 모면코자 얕은 수를 쓰는 아이들처럼 마냥(세설신어)에 아도물(阿賭物)이라는 말이 나온다.
‘장애물’이라는 뜻인데, 돈을 가리키는 말이다.
위진시대 때 청담(淸談)사상의 중심인물이었던 왕연은 세속적인 것을 멀리하는 성격이었으나 그의 아내는 몹시 탐욕스러웠다는 것이다.
한번은 남편의 청아함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기위해 밤중에 몰래 하인을 시켜 그의 침대주위를 온통 돈으로 담을 쌓게 했는데 다음 날 왕연이 깨어나 보니 돈으로 길이 막혀 침대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자 하인에게 “어서 이 물건들을 치워라! 거각 아도물”하고 말했다.
얼마나 돈을 싫어했는지 끝까지 ‘돈’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물건’이라고 칭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아도물은 돈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고 하였다.
아무리 돈과 정치는 불가결한 관계에 있다고 해도 모든 것은 아전인 수요, 오로지 자기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법이 거늘, 예부터 청렴한 선비들은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동취(銅臭)’가 난다고 해서 멸시했으며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천(盜泉)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냇물은 이름만으로도 더러워 마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시대에 이와 같은 청렴한 정치인 한 사람만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후한 때 양진이라는 사람은 학문이 깊을 뿐만 아니라 성품이 맑은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가 산동성의 동래 태수도 있을 때 행차를 나섰다가 날이 저물어 창읍이라는 고장에서 하루 저녁을 머문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날 밤 창읍의 현령으로 있는 왕밀이라는 자가 몰래 양진을 찾아왔다. 왕밀은 과거에 양진의 추천으로 벼슬에 오른 사람이었다.
“태수님, 정말 반갑습니다. 제가 지난날 태수님의 은혜를 입어 오늘날 벼슬자리에 오르게 되었으니 그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왕밀은 품에 지니고 온 보자기 하나를 꺼내 양진에게 슬며시 디밀어 주었다.
“이게 뭔가?” “예전에 베풀어 주신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제가 준비한 황금 10근입니다”
“태수님 성격이 강직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뇌물이 아니고 제 성의이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왕밀은 사정하다시피 머리를 조아리며 양진에게 황금을 건네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양진은 목소리를 더 높혔다.
“허어, 나를 잘 안다면서 왜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는가?” “태수님, 지금은 한밤중입니다. 그리고 저와 단 둘밖에 없으니 누가 이 사실을 알겠습니까?”
그러자 양진은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왕밀에게 말을 했다.
“이 사람아, 어찌 그리 생각이 좁은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무도 모른다는 말은 당치 않은 말일세,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또한 자네와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인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는가?”
누구도 모르리라고 생각하여 행한 일이 만천하의 웃음거리가 된 일이 허다 하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말이다.
마음먹고 달려들면 세상에는 비밀이 존재할 수 없고, 다만 사람들이 자기 이익을 좇아 진실을 밝히기도 하고 은폐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태극기 사랑 국기선양회 회장 박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