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남상 '산불귀신' 겨울잠 깻나?
작성일: 2016-04-07
9년간 20차례 방화의혹 산불발생. 범인 오리무중에 행정당국 비상
지난달 31일 밤 8시 38분 거창소방서에 남상면 무촌리 인근 산불 발생신고가 접수돼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119와 경찰, 공무원 등 297명이 동원돼 산불과 싸우며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날밤 산불은 다행이 바람이 별로 불지 않아 500㎡를 태워 65만원 상당의 피해를 내고 두시간만에 진화됐다.
남상면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다른 지역 산불과는 성질이 다르다.
다른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면 실화일 가능성도 있지만 남상면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일부러 불을 지르는 방화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남상면에는 사람눈에 보이지 않게 활동하는 산불귀신이 있기 때문이다.
남상면에 산불귀신이 가장 미쳐 날뛴 해는 지난 2008년 봄이다. 이 해 봄에는 봄 한 철에만 남상면내에서 1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심심하면 한 건 씩, 어떤 날은 하루에 두 건이 난 일도 있었다.
방화로 추정돼 현상금까지 내걸고, 범인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도 했으나 범인의 행적은 오리무중이었다.
이에 남상면은 지난 2011년 산불감시를 위해 주요 길목 8개소에 14대의 CCTV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도 산불귀신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2011년 3월 19일 토요일 오후 2시께 남상면 상매산 인근 산 계곡 하단부에서 산불이 발생, 강한 바람을 타고 산 정상까지 산불이 번져 토요일 오후 여유를 즐기던 공무원들과 경찰, 119 등 150여명에 소방헬기 4대 까지 긴급 동원돼 산불진화에 애를 먹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날 상매산 산불을 다 진화하기도 전인 오후 3시 40분께 이번에는 남상면 진목마을 88고속도로 인근 산에서 두 번째 산불이 발생해 추가로 소방헬기 2대와 산불진화대가 또 동원돼야 했다.
그 후 3년간은 조용했다.
그러다 지난 2015년 3월 11일 오후 2시 50분께 남상면 오계리 인근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0.3ha를 태웠고, 8일 후인 3월 19일 오후 1시 35분께는 남상면 둔동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0.2ha를 태웠다.
올해 봄이 되자 남상면은 또 산불귀신의 활동에 대비해 5대의 산불감시용 이동식 무선 캠코더(아래 사진)를 추가로 설치함으로써 총 19대의 감시카메라가 산불귀신을 감시하고있다.
그러나 산불귀신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달 31일 또 1건의 산불을 추가함으로써 지난 9년간 남상면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은 총 20건을 기록하고 있다.
남상면 산불귀신은 추운 겨울에는 웅크리고 있다가 꼭 따뜻한 봄이 되면 활동하는 특성이 있다.
봄이 되자 올해도 첫 작업을 시작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데 올해는 '산불귀신'의 꼬리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